
큰아이가 캠프를 가고 혼자 남은 둘째는 엄마에게 영화를 보자고 제안합니다. 바로 운전대를 돌려서 제주에 있는 한림 작은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 영화 가격은 어른 7000원 아이 6000원으로 해가 바뀌며 천 원이 올랐네요. 그래도 문화의 날이라 천 원 할인해 줘서 12000원에 영화를 봤습니다. 극장에 도착했을 때 '영웅'과 '교섭'이 5분 뒤에 시작하려고 대기 중이었는데 역사를 좋아하는 딸이라 '영웅'을 선택했습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상영관으로 들어갔는데 연출은 조금 아쉬웠지만 내용은 기대이상이었습니다.
1909년 하얼빈의 총성,
잊을 수 없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우리의 역사를 뮤지컬 영화로 표현한 영웅.
잔잔하고 무거운 느낌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중간에 유머가 조금 들어가는데 계속 슬픈 것보다는 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초등 아이와 함께 봐서 더 그렇겠죠.
안중근에 관한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영화는 안중근 의사가 만주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는 내용입니다. 안중근 의사의 개인적인 내용과 거사를 치르기까지 주변에서 도움을 주는 인물들을 보여줍니다.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체포된 안중근은 뤼순 형무소에 갇히게 됩니다. 사형에 처하기까지 일본의 편파적인 재판 내용은 영화를 보면서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눈이 내린 자작나무 숲에서 손가락을 자르며 결의하는 내용으로 시작합니다. 정성화 배우의 연기와 노래가 이때부터 마음을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안중근 의사를 어쩜 이렇게 표현을 잘할 수 있었을까요? 안중근 역을 맡은 정성화 배우 덕분에 영화에 몰입이 잘 됐습니다.
믿고 보는 배우, 김고은 그리고 부족함 없는 배우들.
영화는 잘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배우들의 몫도 큰 것 같습니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란건 알고 있었지만 노래까지 잘 부르는 것은 영화 영웅을 보고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저희 아이는 김고은 배우가 가장 좋다며 집에서도 계속 노래를 찾아 듣고 있습니다.
김고은 배우는 가상인물인 '설희'역을 맡아서 열연을 펼쳤습니다. 궁녀인데 명성왕후의 죽음을 눈 앞에서 지켜보며 그 슬픔을 표현하는 그녀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입니다.
안중근의 오랜 동지인 '마두식'역의 조우진 배우는 특별출연을 했지만 주요배우들 못지않게 묵직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저희 아이들이 <미스터 션샤인>을 좋아해서 여러 번 봤는데요. '관수'역의 위트 있던 모습이 기억이 나는데 영웅에서 고문을 당하며 죽어가면서 부르던 노래는 큰 울림을 줬습니다.

가장 눈물을 많이 흘렸던 장면은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아들인 안중근에게 마지막 편지를 쓰는 부분입니다. 역시 대배우는 다르구나를 느꼈습니다. 어떤 기교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감정을 담아 부른 노래는 안 울 수가 없게 만듭니다. 윤제균 감독 역시도 이 장면에서는 안 울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두 번 봐도 또 보고 싶은 영화, 영웅
이 글을 쓰면서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왔습니다. 큰 딸이 보고 싶어 하기도 했지만 저와 둘째도 다시 보고 싶었거든요. 영화의 감동과 뮤지컬 노래를 다시 감상하고 싶었나 봅니다. 영화를 다시 보러 가기 전에 최태성 선생님이 나오는 <벌거벗은 한국사>의 안중근 편을 봤습니다. 안중근 관련 역사를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역사를 알고 영화를 두 번째 보니 배우들의 감정이 더 느껴집니다.
국내 뮤지컬 영화의 한계를 깨고 싶었다는 윤제균 감독은 현장 라이브 녹음을 고집했습니다. 중요한 넘버는 재촬영을 했는데 그에 맞게 배우들이 잘 따라줘서 우리의 귀가 호강할 수 있는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안중근의 하이라이트 넘버인 '장부가'도 재촬영을 했는데 이 장면을 찍기 위해 14Kg을 감량한 정성화 배우는 체중을 다시 원상복귀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재촬영을 하려고 다시 살을 뺐다고 합니다. 이것만 봐도 배우는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영화를 두 번 보고온 둘째는 또 보자고 합니다. 노래를 극장에서 듣는게 더 좋다고요. 초등 아이도 좋아할 만큼 노래가 정말 좋습니다.
극장에서 영화가 끝나기 전에 안보신 분들은 꼭 관람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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